인터뷰

[마니아 넘버원] 심슨마니아 정용화, 달려라 그날을 위해

by heich_ posted Mar 03,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Translation by klaritia: http://justjyh.com/xe/138083?l=en

105035906_%C1%A4%BF%EB%C8%AD%B8%B6%B4%CF%BE%C6%BB%E7%C1%F81.jpg
 
조명이 뜨겁다. 팬들의 함성에 귀가 터질 것 같다. 노래를 부른다. 물을 마신다. 목마름이 가시지 않는다. 공연이 끝났다. 텅 빈 무대. 허전하다. 숙소에 돌아왔다. 침대에 누웠다. 외롭다. 향초를 피운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노트북을 켠다. DVD를 넣는다. 심슨이다. 오늘도 호머 심슨의 멍청한 짓에 위로를 받는다. 

정용화. 꽃미남 록밴드 씨엔블루의 리더. TV드라마 '미남이시네요'로 처음 얼굴을 알렸을 만큼 자타공인 미남이라는 정용화. 그는 심슨 마니아다. 언뜻 어울리진 않는다. 반듯한 이미지의 씨엔블루 정용화와 놀부 가족이라고 불려도 무방한 악동가족 심슨이라니. 마치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노래까지 잘하는, 멋진 교회 오빠가 알고 보니 야동 마니아라는 것과 비슷하다. 

심슨 가족이 어떤 가족인가. 도넛을 좋아하며 얼간이의 대명사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아빠 호머 심슨, 이 가족의 유일한 정상이라고 할지 유난히 뻗은 폭탄머리와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엄마 마지 심슨(교양은 있지만 가끔 술과 도박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놀부와 만나면 분명 의형제를 맺었을 악동 중의 악동인 큰 아들 바트 심슨, 아이큐가 150이 넘을 만큼 너무나 똑똑하며 초식주의자인 여동생 리사 심슨, 언제나 고무 젖꼭지를 물고 다니는 아기 매기 심슨, 이들이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소동극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심슨 가족은 1987년 4월19일 미국 폭스TV 버라이어티쇼 '트레이시 울먼쇼'에 30초 짜리 단편으로 삽입됐다가 반응이 좋아 방송분량이 늘어난 다음 1989년 12월17일 성탄절 특집 시사회 이후 정식으로 시즌 1이 출범해 시즌 25까지 계속되고 있는 세계 최장수 애니메이션이다. 지금까지 27개의 에미상과 27개의 애니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심슨 가족의 위악스러운 사랑스러움을. 자기가 벗은 팬티 냄새를 맡아보는 심경이랄까. 심슨은 그렇다.

105403136_%C1%A4%BF%EB%C8%AD%B8%B6%B4%CF%BE%C6%BB%E7%C1%F82.jpg
 

그런 심슨 가족을 정용화가 늘 찾는 건 그가 자신을 우리에 갇혀 있는 로커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모름지기 로큰롤 스타는 술 취하고, 영감에 취해, 폭발하듯이 달리다 산화돼야 하는 법. 로큰롤의 만신전에 있을 퀸의 프레디 머큐리나 비틀스의 존 레논,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같은 이들은 술독에 빠져 살았다. 그게 영감으로 사는 사람들의 특징인 것처럼 믿어졌던 시대도 있었다. 

심슨 가족의 아빠 호머 심슨은 록 스타와 닮았다. 친구 총각 파티에 가서 스트립 걸을 보고 날 뛰다가 마누라한테 걸리고, 새끼 돼지와 사랑에 빠졌다가 너무 똥을 많이 싸서 이별하는 남자. 엘비스 프레슬리가 아빠가 됐다면 꼭 이랬을 법한 남자 호머 심슨. 정용화는 심슨 가족 중 호머 심슨을 가장 사랑한다. 

정용화는 "호머 심슨은 록 스타 같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틀이나 룰을 깨는 남자잖아요"라고 말했다. 틀이나 룰을 깨는 남자. 그렇다. 록 스타는 일찍이 그랬다. 정용화는 "호머나 바트가 거침없이 하는 말들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때도 있다"고 했다. 거친 연예계에서 살면서 표현을 하고 싶지만 표현을 못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호머가 "또우(D'oh)"라고 하는 걸 들으면 신이 난다. ("D'oh"는 호머 심슨이 일이 안 풀릴 때마다 외치는 의성어로 ‘젠장’ 같은 뜻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올랐다)

정용화는 애니메이션 더빙 일을 했던 형 덕분에 어릴 때부터 심슨을 접했다. 음악도 형을 통해 접했다. 정용화에게 심슨과 로큰롤은 자연스럽게 같이 다가왔다. 녹음을 하고, 공연을 하고, 때때로 연기를 하고, 연료를 다 써버린 것 같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심슨 가족은 정용화를 위로한다.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온 가장 친한 친구처럼.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도 유쾌한 심슨 가족을 보며 정용화는 위로를 받는다. 

정용화는 심슨 캐릭터를 많이 모은다. 팬들이 더러는 보내주기도 한다. 심슨 티셔츠와 담요, 각종 인형들, 베개에다 스노우보드를 즐겨 하다 보니 심슨 보드도 있다. 심지어 심슨 속옷도 있다. 심슨 속옷을 입은 정용화, 왠지 상상하게 만든다.

105425424_%C1%A4%BF%EB%C8%AD%B8%B6%B4%CF%BE%C6%BB%E7%C1%F83 (1).jpg
 

상상은 상상으로 미룬 채, 향초는 왜 좋아하냐고 물었다. 정용화는 심슨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챙겼지만 향초는 데뷔하고 난 뒤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그의 방을 뒤덮는 건 8할이 심슨이고 2할이 향초다. 

"미국 공연을 갔다가 딸기향이 나는 향초를 우연히 구했다"며 "향을 맡으면 외롭다는 느낌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아니 외롭지는 않은데 공허한 느낌이랄까. 그럴 때 향초를 피우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정용화는 킹사이즈 침대를 사용한다. 필요 이상 에너지를 쏟았을 때,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짜증나는 일이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냈을 때는 그 침대를 향초의 향들이 가득 채운다. 향이 베인 침대 위에서 심슨 DVD를 본다. 불은 꺼놓는 게 좋다. 정용화는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썼을 때는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향초를 피우고 침대 위에 앉아서 멍하니 심슨 가족을 봐요"라고 말했다.

정용화는 2월24일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캔트 스탑'을 준비하면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이 인터뷰는 앨범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던 1월 말에 진행됐었다) 정용화는 "본업이 가수니깐 아무래도 신경이 최고조에 다다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미니 앨범 6곡 중에 5곡이 정용화의 작사, 작곡으로 꾸려졌으니 그럴 수밖에. 그는 "노래들에 경험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호머 심슨처럼 거침없고 솔직해지려면 아직 더 달려야 할 것 같았다.

105433420_%C1%A4%BF%EB%C8%AD%B8%B6%B4%CF%BE%C6%BB%E7%C1%F84 (1).jpg
 

심슨 가족들은 스프링필드라는 마을에서 산다. 그곳에서 울고 웃고 사고 친다. 사랑하고 싸우고 사고 친다. 정용화에게 스프링필드는 어디일까. 정용화는 "고향이 부산이다. 시간이 날 때면 고향에 가서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친구들과 만난다. 그곳이야말로 내 스프링필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용화는 앨범 준비 전에 휴가를 받아서 부산에 갔지만 얼마 못 있고 바로 올라왔다고 했다. 정용화는 "쉬는 게 더 불안했다. 그래서 바로 와서 앨범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의 스프링필드는 이제 점점 더 무대가 되가는 것 같았다. 

정용화는 "영감을 따라 살고 싶다"고 했다. "영감을 따라 살면서 공감을 일으키기가 정말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노래를 준비하고, 기타를 치고, 동료들과 밤을 샌다. 무대에 오르고, 목이 터지도록 노래한다. 그리고 허전함이 찾아오는 밤이면 심슨을 만난다. 하고 싶지만 아직 하지 못하는 로커의 삶을 꿈꾸며.

105446319_%C1%A4%BF%EB%C8%AD%B8%B6%B4%CF%BE%C6%BB%E7%C1%F85.jpg
 

심슨 가족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카메오로 등장했다. 마이클 잭슨과 레이디 가가 같은 팝스타부터 밴드인 그린데이도 출연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부터 조지 부시에 클린턴, 오바마 현 대통령까지 두루 등장했다.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등장했었으니 심슨 가족에는 등장해야 어디 가서 유명인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도 등장했다가 리사 심슨 다리에 걸려 넘어진 적도 있다. 

정용화도 언젠가 심슨 가족에 등장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너무 좋겠죠"라고 답하는 정용화. 영감으로 살고 싶다는 그가 공감을 널리 얻으며, 우리를 벗어나 로커의 만신전에 오른다면 가능하리라. 달려라 정용화, 그날을 위해. 


글 :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cr.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6&oid=420&aid=0000000779&cid=979157&iid=48761838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