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기상도 - 배우 도전 아이돌 스타 '비난 표적' 이유는?

기대 크니 실망도 클수밖에… 열악한 드라마 제작 여건탓 연기 발전 기회 적어

아이돌 가수 출신의 안방극장 신고식은 혹독하다.

최근 몇몇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연기 신고식을 치르면서 구설에 오르내렸다. 일부 가수 출신 배우들은 그냥 가수나 하라는 비아냥마저 들었다. 이들은 왜 표적이 될까.

# 연기가 전공이 아니다

'아이돌 가수는 연기를 못 한다'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이들의 전공이 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기를 업으로 삼는 배우들도 모두가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 한다. 아이돌 가수가 '발연기' '오그라드는 연기' 등으로 손가락질 받는 이유는 이들이 초미의 관심을 받는 스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대치 또한 높다.

아이돌 가수의 경우 팬들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경향이 있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수가 배우로 도전장을 내민다면 이들은 소위 '안티'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 기회를 주면 달라질 수 있다

'환골탈태'한 아이돌 가수들도 있다. 더 많은 작품을 경험하면서 연기의 기본기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씨엔블루의 정용화는 MBC 수목 미니시리즈 <넌 내게 반했어>에서 지난 2009년 출연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SBS)에서 보다 한결 성숙해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어색한 수건남'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얻은 정용화는 '완벽한 까칠남 이신'으로 성장했다. 그룹 JYJ의 멤버 박유천도 기회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박유천은 지난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KBS2)로 팬들을 '선준앓이'에 빠뜨렸다. 드라마 <미스 리플리>(MBC)에서 부드러워진 발성법과 감정 연기로 30~40대 여성 시청자 층을 공략했다.

# 드라마 제작 여건이 바뀌어야 한다!

가수 출신 배우들이 논란의 표적이 된 적은 오늘 일만은 아니다. 이승기 최승현(빅뱅의 멤버 탑) 등은 본업인 가수로 활동하다 연기에 도전했을 때 시청자로부터 볼멘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 배우로서의 가치를 높인 스타로 꼽힌다. 이승기는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찬란한 유산> 등을 통해 배우로 거듭났고, 최승현은 드라마 <아이리스>와 영화 <포화 속으로>로 단박에 주목을 받았다.

배우 이순재는 최근 KBS 2TV <공주의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사전제작이 불가능한 드라마 제작 여건이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력 논란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이순재는 "기본기가 부족하면 촬영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라고 하고 싶은데, 하루 찍고 하루 방송 나가는 촬영 일정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순재는 "아이돌 가수들은 배우로 클 수 있는 기가 막힌 소재를 가지고 있다"며 "외모, 노래, 춤, 안 되는 게 없는 이들이 배우로 롱런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 방송관계자는 "촬영이 첫 회부터 생방송 체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작품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족한 점은 지적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이돌 가수들도 배우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2011-07-15, 한국일보, 강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