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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패키지 ThePackage] 아침을 열며-칭찬(1) 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by anonymous posted Dec 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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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차원에서 칭찬할만한 일들을 시리즈로 하나씩 들추어보기로 한다. 우선 아주 비근한 사례들부터 시작하겠다.

최근에 공중파 3사가 아닌 모 티비 채널에서 <더 패키지>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참고로 나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영화로 피로를 풀었던 것처럼 드라마로 학문의 피로를 푸는 편이다. 드라마는 집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드러누워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보다 장점이 많다.) 드라마 비평이라는 전문분야도 있다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라도 이건 칭찬이 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드라마는 아주 잘 만든, 아주 재미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성이 있는, 훌륭한 드라마였다. 패키지여행이라는 흔하디흔한 소재에 그 고객들 각각의 삶의 이야기, 가이드와 고객의 사랑, 아름다운 프랑스의 풍광 등을 아주 깔끔하게 잘 버무렸다. 이연희・정용화라는 배우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조연들의 캐스팅도 흠잡을 데 없었고 그들은 훌륭한 연기로 그 캐스팅에 보답했다. 스토리 전개에서는 은근히 한국사회의 비리도 고발하는 사회성까지 겸비했다. 커플들의 아웅다웅을 통한 인생론적인 철학도 곳곳에 녹아들어 있었다. 연출 전창근 극본 천성일, 두 사람 모두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이지만 나는 이들도 저 배우들 못지않은, 아니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칭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광도 좀 나눠줘야 한다.

말도 안 되는 막장으로 도배질 된 싸구려 드라마들이 황금 시간대를 장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작품성 있는 드라마가 고작 2.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우리를 좀 슬프게 만든다. 시청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싶다. 훌륭한 작품을 봐주지 않으면 그런 것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의 원리는 문화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는 이 드라마의 작가 연출가 출연자 방송사 그 어느 것과도 인연이 없다. 오직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그리고 철학자로서 아낌없는 칭찬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http://www.gn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58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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