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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부터가 문제다. 아직 기운이 남아 있는 저녁 7시 시간대라면 이런 밋밋한 스토리라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밤 10시 쯤 되면 벌써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시간이다. 어지간히 지루한 이야기라면 그대로 자버리기 딱 좋다. 채널을 고정시키기에는 너무 안 맞다.

 

어이가 없는 것이다. 이제 겨우 7회다. 아직 남은 분량이 한참이다. 그런데 그나마 갈등이 모두 해결되어 버렸으니. 뭐라도 긴장요소가 있어야 할 텐데 그것이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이신(정용화 분)은 정윤수(소이현 분)를 정리하고, 이규원(박신혜 분)도 이신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로 하고, 그런데 이신은 이규원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원래 포인트는 이규원이 이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아니던가.

 

아무튼 긴장이 있어야 재미도 있는 것이다. 반전이 있고, 굴곡이 있고, 그래서 드라마란 우여곡절이다. 사연이 있고 사정이 있고 그에 따른 공감과 감동이 있다. 그런데 벌써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났으니 무얼 기대해야 하는가? 이신과 이규원의 뜨뜻미지근한 사랑? 아니면 김석현(송창의 분)과 정윤수의 오랜 친구와 같은 심심함일까? 아니면 다른 누구일까?

 

김석현과 정윤수의 사이에는 이제 더 이상 지켜볼만한 것이 없다. 물론 학과장 임태준(이정헌 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와 정윤수의 접점은 현재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나마 김석현에 대한 열등감이 그로 하여금 김석현과 대립하게 만든다. 그조차도 브로드웨이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김석현에 비하면 무게감이 너무 떨어져 라이벌조차도 되기 힘들다.

 

이미 이신을 좋아한다 스스로 인정하고 고백까지 한 이규원, 그리고 그런 이규원에게 갑자기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이신. 차라리 이신이 거기에서 정윤수와 반전을 일으켜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면. 그랬다면 정윤수를 두고 김석현과도 긴장관계를 이루었을 것이고, 이규원 역시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더 불쌍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아예 밝지 못할 것이면 대놓고 우울해지기라도 하라. 그러나 그조차도 없다. 과연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이규원은 더 이상 이신을 좋아하지 않겠다 선언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 선언 때문에라도 이규원은 이신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할 것이다. 그런 이규원 때문에라도 이신은 이규원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 여기서 이게 또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신의 이규원에 대한 태도는 너무 노골적이다. 나름대로 극중에서는 모호하게 처리되고 있지만 시청자가 보는 입장에서 이미 끝난 상태다. 서로 좋아하는데 그것을 감추고 억누르기만 하는 것을 앞으로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는 뜻일까?

 

차라리 여준희(강민혁 분)라도 전면에 나서 있으면. 그러나 여준희와 차보운(임세미 분)과의 한 쌍의 바퀴벌레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진 지 오래다. 여준희가 열심히 한희주(김윤혜 분)를 따라다니고 있지만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완전 겉돌고 있다.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한희주와 현기영(이현진 분)일까? 정작 커플은 많은데 확실하게 기대하고 볼만한 커플은 없다. 그렇다고 주인공인 이신과 이규원의 러브라인이 확실한 것도 아니다.

 

라이벌이 필요할까? 느닷없이 이규원에 반해 쫓아다니는 남자가 - 그것도 이신 만큼이나 잘난 남자가 등장한다면 어느 정도 뻔하지만 긴장이라는 게 생겨날 것이다. 그도 아니면 이신의 어머니 송지영(이일화 분)과 이규원의 아버지 이선기(선우재덕 분)과의 관계가 둘 사이에 장애로 작용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그 정도다. 아니면 뻔히 보이는 서로의 진심을 감춘 채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흐릿한 사랑놀음을 지켜봐야 하거나. 최악이다.

 

그렇다고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긴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기에는 라이벌 역할을 해야 할 임태준 쪽의 무게감이 너무 기운다. 이사장이 뒤에 있다고 하지만 이사장 자신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임태준과 그와 손잡은 일부가 김석현과 겨루어야 한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보듯 브로드웨이출신의 뮤지컬 연출자라는 타이틀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다. 느닷없이 임태준이 김석현급의 연출자를 섭외하지 않는 이상에는 결론이 난 싸움이다.

 

차라리 여자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에서 한희주가 이규원을 압도했다면 어땠을까? 탁월한 재능과 실력으로 이규원을 압도함으로써 굴욕을 주었다면. 그랬다면 설사 연출에 있어서는 무게감에 차이가 있어도 한희주의 존재로써 이규원을 누를 수 있었겠지. 여기에서 이규원이 김석현의 지도와 지독스런 연습을 통해 한희주를 추월할 수 있다면 그로써 드라마가 만즐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이규원에 대한 평가가 한희주보다 높은데 한희주가 임태준에게로 간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 배우도 우세, 연출자도 우세, 나머지 스텝으로 경쟁을 할까?

 

더 이상 100주년 기념 공연을 통해서도 기대할 것이 없고, 그렇다고 주인공인 이신과 이규원의 관계도 이미 결론이 난 듯 보이고, 기대도 없고 반전도 없고 우여곡절도 없고. 아, 하나 남은 것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할아버지인 이동진(신구 분)과 아버지인 이선기의 화해. 이동진과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뮤지컬을 위해 싸워야 하는구나.

 

그러니까 말하는 것이다. 차라리 시간대가 오후 열시가 아닌 7시나 8시 시간대였다면. 이런 밋밋한 사랑이야기를 캐릭터에 기대어 볼 수 있는 연령대에 어울리는 시간대에 방송되었다면. 하긴 요즘 그런 이른 시간에 그런 나이대에서 보기는 힘들까? 더구나 이런 패턴 자체가 사실 90년대 스타일이다. 느리고 지루하고 답답하다. 날은 더욱 덥다.

 

갈수록 드라마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이제 몇 화 되었다고 벌써 이렇게 많은 것들이 풀리는가. 그렇다고 무언가 기대할만한 것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밤 10시란 한참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애매하게 졸립다.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출처 : 까칠부님의 골방 구석탱이,  http://blog.daum.net/goorabrain/2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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