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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흥미로웠다. 한 마디로 재미있었다.

 

무릎을 칠 뻔했다.

 

"아뇨, 그 일은 없던 것으로 하죠."

 

사실 우려했었다. 이제까지 잔잔하게 흘러왔는데 느닷없이 김석현(송창의 분)의 과거라니. 완만하게 흐르다가 갑자기 가파른 비탈과 벼랑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당황스럽고 흐름을 깨기 쉽다. 괜히 드라마에 긴장을 더하려다 이제까지의 흐름마저 깨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것을 이 한 마디로 깔끔하게 정리하다니.

 

더 놀라운 것은 그 상태로 깔끔하게 접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차례 깔끔하게 마무리짓고 다음의 서프라이즈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이사장 부인이 100주년 기념공연의 스폰서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딸 한희주(김윤혜 분)에 대한 칭찬에 간단히 쇼케이스처럼 연습중인 내용을 조금 미리 보여주기로 하고, 하필 그 순간에 한희주는 여준희(강민혁 분)에게 이끌려 오랜만의 식사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신해서 이규원(박신혜 분)이 무대에 올랐을 때 그녀에 대한 평가에 이사장 부인이 발끈할 것은 임태준이 아니어도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이사장 부인은 임태준에게 다시 그 일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 심지어 한희주의 지시 아래.

 

처음의 폭로계획이 그야말로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헤프닝이었다면, 이후의 폭로계획은 점진적인 진행에 따른 자연스런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사장 부인으로부터 김석현의 과거를 폭로하려던 계획을 저지당하고 정윤수(소이현 분)에게 그것을 털어놓았을 때 정윤수로부터 오히려 경멸어린 질책을 받던 장면에서 더욱 임태준의 계획은 타당성을 갖게 된다. 단순한 김석현에 대한 열등감에서 확실한 분노와 증오로. 이사장 부인 역시 진정 딸을 위해서 딸이 동의한 상태에서 일을 벌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유기적으로 개연성을 가지고 일어나는 사건을 보게 되었달까? 감정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사건을 일으킨다.

 

그 전에 이규원과 이신(정용화 분)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좋았다. 역시 임태준의 폭로를 통해 김석현과 정윤수의 관계를 굳건히 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괜히 뻔하게 결론이 나온 것 이리저리 꼬고 끌어봐야 보는 사람만 피곤해질 뿐이다. 괜히 산만하고 정신사납다. 그러느니 이제 남은 회수도 얼마 안 되는 것 하나의 사건에만 집중하자. 그것은 아마도 필자가 이전부터 주목해왔던 '100주년 기념공연'이 아닐까. 김석현을 중심으로 100주년 기념공연이 집중함으로써 남은 회차동안 일관된 긴장과 목적을 갖도록 한다.

 

임태준의 폭로로 김석현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당연히 공연팀은 흔들리게 될 것이고, 그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역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김석현과 정윤수, 이신과 이규원의 관계는 결정되었으니, 이신의 어머니 송지영(이일화 분)과 이규원의 아버지 이선기(선우재덕 분)의 관계 또한 송지영의 입을 통해 정리되었고 보면 남은 것은 여준희와 한희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희주 자신이 공연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 있기에 자연스럽게 공연의 진행상황과 맞물려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모든 갈등이 해결된 상태에서 최고의 공연이 펼쳐지고 스타가 탄생하게 되고.

 

다만 이규원은 과연 뮤지컬스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가야금을 계속 하며 국악인으로 남게 될 것인가? 개인적으로 후자를 바라지만. 뮤지컬 스타는 한희주가 어울린다. 아니 정윤수와 김석현의 대화에서 한희주가 마침내 인형의 틀을 깨고 스타가 되는 모습을 예감해 볼 수 있겠다. 여준희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되고 껍질을 벗게 된다. 그때 이규원은 원래의 연주자로 돌아가 이신과 함께 뮤지컬의 음악을 연주하게 된다. 어떨까?

 

이제야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방향을 찾았다. 잡스러운 것들은 모두 쳐내고 가장 중요한 핵심만 남겨두었다. 늦었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겨우 볼 만하게 되었다. 드라마란 이렇게 쓰는 것이다. 유기적으로. 내적 요소를 활용해서. 긴장과 사건과. 그리고 캐릭터와 관계들. 아예 작가가 바뀐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오랜만에 재미있었다. 이제까지는 약간은 습관에 가까운 재미라면 지금의 재미는 기대가 되는 재미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남길 것은 남기고. 넷보다 둘이 낫고, 둘보다는 하나가 낫다. 그래도 최소한 마지막은 실망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좋았다.



출처 : 까칠부님의 골방 구석탱이,  http://blog.daum.net/goorabrain/2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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