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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파악한 <넌 내게 반했어>의 가장 큰 문제는 한 가지다. 바로 중심이야기가 없다.

 

사실 이것은 어제 말한 캐릭터가 없다는 말과도 통한다. 캐릭터란 역할이다. 그리고 관계다. 바로 그로부터 사건이 만들어진다. 사건의 중심에 있기에 바로 주인공이다.

 

그런데 과연 두 주인공 이신(정용화 분)과 이규원(박신혜 분)에게 그들이 중심이 될만한 사건이 그동안 무엇이 있었던가. 두 사람의 사랑조차도 거의 정윤수(소이현 분)와 김석현(송창의 분)에 걸치고 있었다. 100주년 기념공연과는 오히려 임태준(이정헌 분)과의 관계 때문에라도 정윤수, 송창의가 더 밀접하다. 그나마 후반에는 한희주(김윤혜 분)와 여준희(강민혁 분)이 이사장의 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사건의 한 축을 담당했을 뿐이다. 그에 비하면 주인공 두 사람은 단지 거들 뿐.

 

방관자다. 관찰자다. 더 이상 드라마에 깊숙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신이 참가하고 있는 밴드 '더 스터피드'와 이규원이 몸담고 있는 국악그룹 '꽃바람'의 역할이 미미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오죽하면 '더 스터피드'의 멤버이면서도 여준희가 자기 분량을 확보한 것이 이사장딸 한희주와 얽힐 때 뿐이겠는가. 차보운(임세미 분) 역시 이규원의 절친으로 나름대로 여준희와 관련해서 분량이 있을 것을 예상했지만 역시 없었다. 고작 이신과 이규원 사이를 훼방놓는 민폐 캐릭터나 맡고 있을 뿐이다.

 

사건은 항상 주위에서, 밖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밀어닥쳤다. 그리고 새로운 사건에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사그라들어 버렸다. 주인공들은 참여할 여지조차 없었다. 그런 만큰 축적될만한 서사도 없고 즉흥적으로만 소모될 뿐이었다. 도대체 마지막에 이규원이 영국으로 가게 되는 이유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신의 손목부상이 그렇게 비장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 이신 자신도 손목부상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거나 한 것이 없었다. 어차피 기타리스트로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 포부를 드러낸 적이 없다. 이신에게 기타란 어떤 의미인가. 이신의 장래에 기타는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가. 전혀 설명없이 느닷없이 손목부상이라며 수술까지 해야한단다. 그런데 이규원을 위한다며 찬물로 손목을 식혀가며 무대에 선다. 그리고 그런 이신의 모습에 이규원은 유학마저 포기하려 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심각한 일이었는가? 그러니까 이신에게 손목이 갖는 의미가 드러나고 해야 그런 부분에서도 공감도 하고 한다는 것이다. 혼자 비장해봐야 전혀 감정의 이입이 안 되는 것이다.

 

하기는 마지막회 전체가 하나의 클리셰이기도 했다. 거의 끝무렵에 남모를 재능을 발견하여 해외로 나가게 된 주인공, 어떤 오해로 다투고 그 주인공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파트너. 그리고 돌아와서의 오랜 해묵은 오해의 정리. 굳이 가지 않으려는 것을 억지로 보내려 한다는 것도 같다. 충분한 설명 없이 눈물만 쥐어짜려는 의도가 보이는데 단지 신파일 뿐. 심지어 마지막 학교 안에서 벤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을 때는 제발 아니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구조를 갖지 못하는 탓이다.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하는데 끝을 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끝이다 할 수 있게 벌여놓은 무엇이 있어야 한다. 100주년 기념공연도 그다지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탓에 중심사건으로 놓아두기는 어렵다. 여기에 캐릭터마저 사라지면서 스스로 사건을 불러일으킬 능력도 되지 않고. 그래서 이규원은 유학을 가야 했고 이신은 손목을 다쳐야 했던 것이다. 새로운 사건을 만들려고.

 

도대체 어떤 드라마를 만들려 했던 것인가. 사람들에 어떤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인가. 어떤 장면을 눈여겨 보면 재미있었을 것인가. 그러나 아무것도 없이, 그래서 사건도 없이, 그렇다 보니 캐릭터도 없이. 주인공들만 고생했다고나 할까.

 

혹시나 하니까 역시나. 기대했던 바라 실망은 없다. 작가가 중간에 바뀌며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까 했더니 생방송수준의 쪽대본에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었다. 최소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작가를 바꾸고 해야 배우들도 적응할 텐데. 주먹구구로는 한계가 있다.

 

90년대 저녁시간대 청춘드라마였다면. 시대 를 잘못 타고 났고 방영시간대도 잘 못 타고 났다. 아쉬움이라기보다는 허탈함이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는가 싶더니만. 지루했다. 지겨웠다.



출처 : 까칠부님의 골방 구석탱이,  http://blog.daum.net/goorabrain/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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