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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Name BLUE”를 다시 정의한다는 뜻의 “RE-CODE”. 데뷔 3주년에 첫 자작곡 타이틀 ‘I’m Sorry’를 내세우며 발매했던 “Re:BLUE”와 거의 동일한 의미와 작명 방식이다. 3년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불가피한 공백과 변화를 겪었지만 씨엔블루를 지키려는 굳건한 의지가 엿보인다. 멤버 전원이 제대한 지 고작 8개월 만에 감행한 컴백이지만 기대 이상의 퀄리티다. 빈자리를 티 나지 않게 메꿨다는 표현보다 3인용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는 비유가 더 적절한 듯하다. 알록달록 쨍하기보다는 차분하고 따뜻한 파란색을 짙게 띠며 정용화의 솔로 앨범과 구별점을 만들어내기도 성공했다. “영원할 것 같던 시간이 지나고” 기세 좋게 달리던 과거에 비해 잠시 속도를 늦췄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일 뿐” 현재에 충실한 발걸음을 디뎌나가는 이들에게 미래가 존재함은 자명해 보인다.

 

타이틀곡 ‘과거 현재 미래’는 씨엔블루 특유의 신나는 팝록을 기대한 이들에겐 아쉬울 수 있겠지만 분명 수작이다. 차분한 기타 리프와 시계 초침 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뛰어난 몰입감을 이룬다. 프리코러스와 코러스 사이 의도적인 공백은 이어폰 밖 세상의 시간 흐름에서 유리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순간적인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브릿지에서는 멜로디가 고음에 머물며 클라이맥스를 완성하는 클리셰를 따르지 않고 하행 애드리브로 이어진다. 보컬 역량을 부각하는 동시에 긴장을 다른 긴장으로 이완시키는 완급조절 솜씨가 괄목할 만하다. 다양한 신스 사운드를 두텁게 쌓았는데 그 아래 꼼꼼한 드럼이 안정감을 준다. 한편 전보다 성숙해진 가사가 멜로디와 단단히 결합해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한다. 앨범 전반적으로 가사를 통한 표현력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다섯 곡 중 딱 한 곡을 추천해야 한다면 ‘오늘은 이만’을 선택하겠다. 지난 4년 동안 적지 않은 수의 아이돌 밴드가 데뷔했고, 아이돌은 아니지만 새소년과 잔나비, 혹은 JTBC 〈슈퍼밴드〉 출신의 루시, 호피폴라 등 매력적인 밴드들이 인지도와 팬덤을 확보했다. 그러나 ‘오늘은 이만’ 같은 팝을 이토록 날렵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밴드는 여전히 씨엔블루밖에 없다. 준수한 완성도는 기본이고 “난 나일 때 빛나”를 실천하는 곡.

 
‘없다’는 재즈 사운드를 은은히 녹여낸 발라드다. ‘Don’t Say Good Bye’나 ‘The Moment’, ‘Livin’ It Up’ 등 본격적인 재즈였던 최근 일본 발매곡에 비하면 순한 맛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도입하고 장르 확장을 시도한 뒤 무난하게 다듬은 곡을 한국에 선보였던 기존 패턴을 고려하면 예측 가능했던 방향이다. 장단조를 넘나드는 전조가 잦지만 덜컥 걸리는 부분 없이 유려하게 이어진다. 작곡, 편곡뿐만 아니라 보컬과 연주도 내공을 성실히 쌓아왔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덤덤한 어조로 내뱉는 ‘추워졌네’는 지금 시기에 알맞은 계절감을 지녔다. 시간이 동반하는 변화에 권태로운 듯 보여도 소소한 아름다움을 좇는 시선과 따뜻한 날씨가 돌아올 거란 믿음이 헛헛한 마음에 온기를 더한다. 기타 레이어가 가벼워 다소 심심한 구석이 있지만 섬세하게 채운 베이스와 드럼 디테일이 귀에 쉽게 들어온다.

 

이 앨범을 아이돌로지에서 다뤄도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멤버들의 미모는 여전히 출중하지만, 은유로 가득 찬 화려한 이미지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연주 영상으로 컴백의 신호탄을 올렸다. 앨범 기획의 주도권도 소속사가 쥐고 있지 않고 팬덤 성향마저 2020년의 일반적인 아이돌 팬덤과 간극이 크다. 이런 현 상황을 무시하고 아이돌로서 데뷔했으니 영원히 아이돌이라 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Blue Stars’가 수록되었기 때문에 아직은 씨엔블루를 아이돌로 호명해도 틀리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무리 아이돌 정체성이 흐려도, “평생을 서로 아껴주길” 노래하는 팬송만큼은 명백한 아이돌의 표상 아니겠는가.

 

정용화가 쓴 씨엔블루의 팬송을 한국에서 발매하기는 처음이다. 시간이 지나며 팬송의 역할을 하게 된 노래가 제법 많지만 공식 팬송은 ‘a.ri.ga.tou.’의 번안 버전인 ‘고마워요’와 정용화의 솔로곡 ‘별, 그대’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Blue Stars’는 다른 곡과 달리 솔직하고 유치하고 간지러운 가사로 실컷 끼 부릴 멍석을 깔았다. 후렴엔 떼창 노림수까지 잔뜩 둬서 이 곡이 흐르는 콘서트장 광경이 훤히 예상된다. 이정신의 가창도 나름 자연스럽게 묻어나 세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균형에 대한 걱정을 무색하게 만든다. 양질의 달달한 곡이 워낙 많아서 꼭 찾아 들어야 하는 곡으로 추천하긴 어렵지만 존재만으로도 그 의의가 충분하다.

10년 전 괴물 신인 아이돌 밴드로 데뷔했던 씨엔블루는 지금 아이돌과 비-아이돌 사이 회색 지대에 서 있다. 활동 내내 이상적인 아이돌 밴드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던 이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씨엔블루가 가는 길이 곧 기준이 될 것이다. 아무튼 목적지는 “할아버지 밴드”다.

 

http://idology.kr/1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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