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이제는 밴드! 가요계 판도가 변한다

밴드의 역습, 그 기세가 매섭다. 수년간 아이돌이 가요계에서 위세를 떨치며 비주류로 취급되던 밴드가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 각기 다른 색깔로 무장한 밴드들의 약진에 시장 전체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을 호령하기 시작한 밴드의 매력을 짚어봤다.

씨엔블루·버스커버스커·넬 차트 점령

▲ 한 달째 밴드천하

'밴드 천하'의 서곡을 알린 것은 씨엔블루의 세 번째 미니앨범 '이어 펀'이었다. 3월19일 선공개된 '아직 사랑한다'를 시작으로 26일 타이틀 곡 '헤이 유'가 온ㆍ오프라인 차트를 휩쓸며 밴드의 반격을 알렸다.

3일 뒤 버스커버스커의 등장은 밴드가 대세가 됐다는 걸 확인시켰다. 타이틀 곡 '벚꽃엔딩'을 필두로 '첫사랑''이상형''여수밤바다'등 수록곡 대부분이 톱10에 랭크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화룡점정을 이룬 것은 감성 밴드 넬. 10일 5집 '슬립 어웨이'가 역시 수록곡 모두를 차트 상위권에 올렸다.

11일 멜론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등의 차트 톱10에서 이들의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포미닛의 '불륨업'과 허각의 '나를 사랑했던 사람아' 만이 거센 밴드의 맹폭에도 선전을 펼치고 있다.

자작곡 직접 연주… 라이브 무대 특화

▲ 왜 밴드인가

이들 밴드의 공통점은 자작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넬과 버스커버스커는 수록된 곡 모두를 작사ㆍ작곡했으며 프로듀싱도 맡았다. 씨엔블루도 정용화가 작사ㆍ작곡에 80%이상 참여해 순도를 높였다. 스스로에 맞는 노래를 만들어 직접 연주하는 밴드의 특성은 이들의 색을 분명하게 한다. 편곡에 맞춰 변주도 가능해 라이브 무대에 특화됐다.

이들의 음악은 짜맞춘 안무와 일정한 전자음이 뒤섞인 댄스 아이돌의 무대와 차별화됐다. 이 지점에서 수년째 아이돌에게 점령된 시장이 밴드의 역습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작곡가는 "댄스 아이돌의 음악에 대중이 식상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다양한 밴드 음악 중에서도 강렬한 사운드가 아니라 부드러운 감성을 건드리는 노래들이 주목 받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활성화… 기획사도 바빠져

▲ 시장이 변한다

밴드의 약진은 시장 전체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댄스 아이돌로 편중된 시장이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라이브를 기반으로 한 밴드 특성은 각종 페스티벌과 공연 무대의 활성화를 불러온다. 당장 올 여름 개최될 음악 페스티벌의 수가 100% 이상 늘었다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설명한다.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춤이 아닌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최근 분위기가 좋은 예다.

시장의 변화를 눈치챈 대형기획사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밴드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밴드 배우기에 바빠졌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밴드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용이하지 않았다"면서 "장단점을 고려해 대중성을 갖춘 공연 위주의 밴드를 기획 중이다"고 말했다.

출처 : 2012-04-2, 스포츠한국, 김성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