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화 솔로 앨범, '어느 멋진 날': 오롯이 담긴 그의 27years -2-
니가 없는 내 하루가 (그리) 슬(프진 않아)퍼니가 없는 내 하루가 (하나도 안) 초라해너와 난 깊은 사랑(도 안) 했어니가 없는 내 하루가 (전혀) 힘들(지 않아)어단 하나 변한 것도 없어 -> 전부 다 변했어니가 없단 걸 못 느껴 -> 느끼고 또 느껴
송곳 같은 너를 안을 수 있을까지켜보기만 해도 난 아픈데 너의 아픔을 어찌 알까Beautiful world그대 곁에 등대처럼Beautiful world그대 곁에 빛을 비춰 까맣게 번져버린 가슴에
Japan Special bonus track
君を好きになってよかった 너를 좋아해서 다행이야/일명 ‘널좋좋’
아마 Go your way 싱글을 낼 때 쯤 했던 인터뷰인듯 한데, 예전에는 한국과 일본을 나눠서 작곡을 하다 이제는 꼭 그렇진 않고 편곡 부분에서 차이를 둔다고 했죠. 그렇지만 이 곡은 편곡하기 전부터도 일본 맞춤형 곡이었을 것 같습니다. 용화가 쓴 곡중에 단연 정통 제이락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곡이니까요.
무려 일본의 전설적인 밴드 GLAY의 기타리스트 타쿠로씨가 가사를 써준 곡입니다. 그 콜라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는 분명히 일본에서 유학하고 또 활동해오면서 GLAY를 포함해 아직도 주류 음악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의 락 씬을 직접 호흡하고 흡수했을겁니다. 그리고 지난 수년간 그 땅에서 투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부도칸이나 아레나, 또 제프 등의 공연장을 비롯해 썸머쏘닉이나 록인재팬같은 굵직한 록페스티벌에서도 관객들을 만나왔죠. 어린 정용화의 음악감수성을 키운 뿌리가 한국과 미국이라면, 일본은 실전에서 가장 많이 음악적인 영향을 받은 공간이었을 겁니다. 다른 어느곳보다도 가장 많은 횟수의 공연을 해오며, 현지의 음악 스탭들을 비롯 뮤지션들과 직접 교감하고 경험했으니까요. 이 곡은 그런 일련의 영향들을 한데 모아 진득하게 엑기스로 달여낸 느낌입니다. 멜로디가 살짝 비장미를 가진 서정성을 띠면서, 제대로 기타의 질감이 곡 전체를 지배하는 밴드음악이죠. 정용화의 음악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녹아있어요.
기존 곡중에 이 곡과 비슷한 감성이라면... 2014년 킹덤콘서트에서 무료(!)로 배포된 僕に来てくれるかな 일까요? 그건 그래도 가요적인 요소가 많이 섞인 느낌이고, 널좋좋은 한결 흠뻑 제이락의 정취를 갖고 있어요. 저 역시 한때 GLAY를 비롯해 J-rock 밴드들에 한창 빠져있었기 때문에, 저의 과거를 회상하는 느낌으로도 고맙게 들었습니다.
이 곡에서 가장 도드라진 부분은 보컬운용이라고 봅니다. 평소에 레코딩으로는 잘 못들어서 아쉽고 그리웠던 소리들의 종합선물세트처럼 종횡무진하며 쭉쭉 나와주네요. 서걱거리는 미성으로 불러내는 인트로를 지나면, 가성과 진성을 섞으며 오가는 중간음역대로 진입하고, 클라이막스까지 고음역대로 파워풀하게 곡을 이끌어가다가, 급격히 ‘아타라시이’하면서 인트로보다도 더 서걱거리는 저음으로 확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옵니다. 강한 표정으로 눈도 크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연극을 하던 배우가 갑자기 표정없이 서늘한 가면을 쓰고 나타난 것 처럼요. 이걸 근데 공연에서도 라이브로 재현을 하더라구요.... 정용화의 한계는 어디에?....
*아주 작게 덧붙이기: 「ある素敵な日」
네, 그저 가사만 번안한 '어느 멋진 날'의 일본어 버전입니다. 그런데 저에겐 완전히 다른 곡처럼 들리기도 해요.
어멋날의 시그니쳐같이 된 후렴 그날-그날-그날-그날은 그냥 서술형 가사로 바뀌어버렸고, 일본어 쪽이 뭔가 좀더 구체적인 묘사와 표현들이 있습니다. (참조: http://justjyh.com/xe/music/240526 )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한국어 가사에서는 연인과의 행복했던 날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중점이고, 일본어 가사에서는 연인과의 안타깝던 순간들이 한결 더 깊은 미련으로 남아있습니다. 철저히 독백에 가까운 한국어 버전 (기억이 또 나네요)과 달리, 전해지는 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전 연인에게 안부를 묻는 (기억하고 있나요/잘 지내나요) 형식이죠. 갑자기 구 연인의 시선으로 부를 수는 없으니 화자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지만, 한결 그 쪽의 이야기를 상상할 여지가 커졌습니다. 밤에 그 어깨가 떨렸던 건 왜였을까요? 먼저 떠난 것은 연인이었던 것 같은데, 두 사람은 왜 이별했을까요? "당신만을 사랑했어요"라는 건, 둘 사이에 어떤 오해가 있었던게 아닐까 짐작하게도 하죠.
한국 타이틀곡이 일본에 역수입되면서 한->일 순으로 번안을 거친 건 처음인데, 기존 일->한 번안보다 훨씬 더 단기간에 이루어졌고, 뮤직비디오까지 같은 컨셉으로 촬영된 다른 클립들을 모아 같은 듯 다른 느낌으로 재편집과 재조립되었습니다. 마치 같은 일을 겪은 두 사람이 사건을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기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일본어반이 따로 만들어진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는 케이팝이 국경을 너머 소비되기 위한 로컬라이징, 즉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이렇게 아름답게, 심지어 원곡까지 새로운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게 마무리된다면 양질의 컨텐츠가 두 배가 되는 팬으로선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양쪽 모두를 즐길 수 있게 해준 능력은 역시 정용화에게서 나왔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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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씨엔블루 정규2집 전에 정용화의 첫 솔로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원없이 풀어놓고 싶었던 마음이 이렇게 장황해졌습니다. 처음이니만큼 소중하고 소중한 앨범이었고,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응축해서 담으면서도,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시도들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한층 확장시킨 마스터피스, 명반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지금까지 너무나 열심히 달려왔고, 아마 앞으로도 꾸준히 성실하게 자신의 천직이라 말하는 음악 만들기를 계속해서 해나가겠지요. 타 평론가들만큼 결코 전문적이거나 객관적이기는 어렵겠지만, 팬으로서 조금 더 느끼고 듣고 보아왔던 감상들을 최대한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이 마냥 의미없는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음악은 훨씬 더 많이 회자되어야 하고, 남이 알아주지 않음을 한탄하기 전에 그의 진가를 알고 있는 우리부터 더 깊이, 더 자세하게, 더 진지하게 이야기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이에서 지금이라도 그런 움직임이 조금이나마 시작되기를 바라며, 졸고를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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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시 일본어버전 어멋날을 들었을때 좀더 쓸쓸한 느낌을받았어요 마치 다른곡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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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리뷰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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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엔 잘 몰랐는데, 용화가 쓴 곡 하나하나가 정말 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요즘 문득문득 합니다. 초기 일본에서 발표한 곡 중에서 한국에서 발표했더라면...하고 팬들이 아쉬워하던 곡들을 번안해 수록곡으로 담아 준 당시에는, 한국어가 어색하다는 배부른 생각도 좀 했는데, 사실 그 이면에는 용화와 우리 팬들의 염원이 담긴 스토리, 거창하게 말해보면 사연많은 역사를 담고 있기에, 정말 소중하고 고맙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렇게 용화의 스물일곱 전반기 대단한 곡들의 리뷰를 보니 더더욱, 또다른 대단한 곡들을 맞이하기 직전인 바로 지금이야말로 제 자신이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성들여 써주신 리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언혀 길지 않아요. ^^~
덧. 그리고 '어느 멋진 날'은 데모버전을 살짝 맛본 이후로는 줄곧 영어 완곡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막 욕심이...... ;;; -
아...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게 너무 좋은 감상문
이었습니다!!! 정말 글을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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