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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다시보기: http://justjyh.com/xe/music/270280
*긴글/두서없음/비전문성 주의^^;*

니가 없어도.
전체적으로 마이너조로 진행되는 곡이죠.

마일리지가 메이저의 밝고 화사한 느낌을 준다면, 이 곡은 투페이스의 어두운 얼굴처럼 쭉 단조로 이어져요. 
가사 내용도 귀엽게 연인에게 애교부리는 마일리지와는 달리 이별 뒤에 연인을 투정하듯 그리워하는데, 츤데레의 정석이라 할까요. 니가 없어서 오히려 난 더 좋아졌다고 까칠하게 투덜대고는, 반전으로 어..어쩌다 가끔 니 생각이 나면 눈물이 나긴 해 그치만 참을만해!.....겨...견딜만 하지만 네가 있다면 뭐 조금 더 좋을 지도? 하면서 살짝 마음을 열다가 “니가 있으면 좋겠어...” 하고 마지막 마디에서야 무심한 척, 툭 고백을 합니다. (내가 이 구역의 김첨지다!)

그리곤 이 고백으로 인해 앞 부분의 츤츤부분이 전부 거짓말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갑자기 무척이나 로맨틱한 가사로 탈바꿈합니다. 가사에서 괄호친 부분을 빼거나 반대로 적고 읽어보면 이런 식이 되죠.


니가 없는 내 하루가 (그리) 슬(프진 않아)퍼
니가 없는 내 하루가 (하나도 안) 초라해
너와 난 깊은 사랑(도 안) 했어
니가 없는 내 하루가 (전혀) 힘들(지 않아)어

단 하나 변한 것도 없어 ->  전부 다 변했어
니가 없단 걸 못 느껴 -> 느끼고 또 느껴


그리고 함께 있었을 때 느꼈던 작은 불편들은 평소 화자가 얼마나 자상한 연인이었는지를 반증합니다. 예를 들어, 늦게까지 놀다 오면 잔소리를 들으니까 평소 늦게 오지 않고, 먹을 때엔 연인의 취향을 맞춰준다든가, 기분이 나쁠 땐 맘껏 투정하게끔 들어주는 사람인 거죠. “난 너에게 이렇게나 잘해줬잖아" 라고 찌질하게 떠벌리는 방법이 아니라 이렇게 간접적으로 평소의 스윗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끝에는 다시 그렇게 번거로워도 괜찮아, 네가 돌아왔음 좋겠어...라니, 팬으로서 그동안 느껴운 정용화스러움이 드러나는 지점이랄까요? ㅎㅎ

음악적으론 건반이 전면으로 나섭니다. 솔콘에서도 보여준 흐름으로, 앨범 내에서 기타->키보드 중심으로의 전환이란 느낌. 아마도 처음(?) 본격 R&B 장르에 발을 들여놓는 곡이지 않나 싶습니다. 평소의 보컬 애드립 패턴을 보면 분명 R&B도 심취해있었을 게 분명한데, 이제서야 그 장르의 작곡에도 도전했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쓸쓸한 느낌의 노래라 보컬이 과장없이 불렀지만, 밝은 느낌의 찐한 R&B에서는 어떤 보컬을 보여줄까 궁금하게 만드는 곡이예요. (아 그러고보니 Neyo의 So sick 커버를 한동안 했었죠? 생각할수록 이 장르도 너무 잘 어울려요.) 

단조계열의 자작곡들이 DSM 외의 다른 장르로 확장되어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정용화라는 작곡가의 양면을 보여주는 부분인데, 이제까지 대중적으로 쓴 곡들은 대부분 장조였던 반면 (사랑빛, 처사연, 러브걸 등) 콘서트에서도 "저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라면서 언급한 장르는 DSM이었죠. 물론 모든 곡들이 이렇게 딱 떨어지진 않지만, 가장 아낀다고 밝힌 곡이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곡들은 인마이헤드나 원타임같은 DSM인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어요. 조금 더 매니악하게 정용화를 알게된다는 것은, 그가 가진 이런 내면의 어둠도 알게됨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니가 있어도' 같은 새 장르적 도전은, 그 어둠의 다채로운 음영이 생겨나는 과정이죠. 결코 직접 입으로 부정적인 불평이나 아픔을 토로하지 않는 그의 복잡한 내면을 간접적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 더 늘어났습니다.

곡의 톤을 잡는 드럼비트가 인상적이지만, 장르적 특성도 그렇고 밴드가 아닌 솔로라서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로 그렇기에 솔로 투어의 세트리스트에서 시작을 장식하기 좋은 곡이었다고 봅니다. 인상깊게 남았던게, 비트의 진행에 딱 맞춰 LED화면의 빛이 조금씩 터지면서 가로로 Y를 그리고 정방형의 JYH로고를 완성시킵니다. 사운드와 화면이 효과적으로 맞물려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죠. 긴장하고 무대에 올랐을 보컬리스트에게도, 숨죽여 보던 관객들에게도, 너무 힘빼지 않고 슬슬 웜업하기 좋은 느낌의 진행입니다. 


마지막 잎새.
‘니가 없어도’에서 이어지는 단조의 건반 중심 곡으로, 앨범 내에서 제일 차가운 온도를 가진 곡입니다.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비유가 많고 서정적인 가사가 많은데, 그 방면으로 정점에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Checkmate’가 비정한 세계를 그리면서도 뜨거운 가슴으로 피를 끓이며 노래한다면, 마지막 잎새는 동명의 O.헨리 소설의 내용처럼 적적합니다. 잿빛으로 칠해진 창문 너머, 잎새가 하나 남은 넝쿨과 겨울이 다가와 얼어붙기 시작한 매서운 세상을 내다보는 느낌입니다. 가장 힘들 때를 생각하면서 썼다는 인터뷰를 떠올리면,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감정이 예리하게 다가옵니다.

송곳 같은 너를 안을 수 있을까
지켜보기만 해도 난 아픈데 너의 아픔을 어찌 알까

Beautiful world
그대 곁에 등대처럼
Beautiful world
그대 곁에 빛을 비춰 까맣게 번져버린 가슴에

여기서 ‘너’라고 가리키는 이는 사실은 화자로 보입니다. “나 정말 힘들었다”고 직설적으로 알리는게 아니라, “내 친구 얘긴데 말야...” 하면서 실은 자기 속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 같아요. 내면의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 송곳같이 날카로워진 너(나)를 대체 어떻게 품어야 할까요? (스스로 나을 수 있을까요?) Beautiful world라는 표현은 어찌보면 체크메이트의 피튀기는 세상을 정 반대의 역설로 형용한 건지도, 아니면 현실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되도록 아름답게 보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긍정주의의 발로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환상이지만, 고통스런 이 삶을 이겨내려면 꼭 필요한 일종의 플라시보랄까요. 화가가 절대로 지지 않도록 그려둔 마지막 잎사귀처럼요. 마치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처럼 곡이 진행되는 내내 읊조려집니다. 

그의 가사에 언제나 희망과 구원의 주체로 등장하는 ‘빛’이 역시나 등대라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까맣게 번져버린 내면의 어둠 속에서 화자를 구해주면서 역시나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가 되는 존재. 어떤 적극적인 품기보다도, 그 자리에서 그가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갇힌 미로속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안전히 집에 돌아오는 길을 훤히 비춰주는 존재.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도 희망의 한 줄기를 놓지 않게끔 해주는 이들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역시도 절절한 팬송으로 읽히는 것은 제가 팬이기 때문이겠지요? 기승전 팬송 앨범!.... 물론 팬들 이외에도 그의 곁에서 진심으로 그를 위해주는 사람들도 당연히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이들이 존재하는 한, 분명 Beautiful world 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병이 깨끗이 나은 소녀에게 그랬던 것처럼 잎새도 더 이상 환상에 불과하지는 않을 테구요.



Goodnight lover
한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던 톤이 다시 가볍게 살랑살랑 들떠오기 시작합니다. 장조로 돌아왔고, 스트링과 어쿠스틱 기타로 왈츠스러운 즐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져요. 우울을 치닫던 정용화는 어디에 가고, 다시 달콤한 연인이 돌아왔습니다.^^

가사에서 재밌었던 포인트는 연인과의 가장 행복한 때를 그리면서도, 잠시 떨어져 있는 짧은 작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기쁜 가운데 찰나의 아쉬움을 포착해서, 퍽 심각하지는 않은 순간적인 그리움과 애틋함에 대해 노래합니다. 어찌보면 연애하는 동안에는 아무리 오래 같이 있으려 해도 하루 24시간 중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겠죠? 그런 공백의 시간들조차 무미건조하지 않고 로맨틱하게 만들어버리는 힘을 가진 노래네요.

공연 레파토리에서 이 곡은 딱 적재적소에 배치됩니다. 바로 앵콜 전 세트리스트의 마지막이죠. 밝은 분위기라 분위기는 띄우되 작은 마무리를 지어주는 느낌. 앵콜 나오는 그 잠시동안의 이별을 사랑스럽게 만들어줍니다. ‘봐도 봐도 보고싶어~~’할 때의 앙탈은 “역시 본투비 아이도루야~”싶게 만들어주기도 하구요 ㅋㅋㅋ “어? 시간 다 갔네~”를 부르며 손목을 가리키고 어리둥절해하는 자기만의 짧은 연극도 너무 즐겁습니다. (정말이지 타고난 엔터테이너 아닌가요?) 심지어  “잘 자요~만나요”의 구간은 같은 리듬이 계속 반복되어 이 노래는 애드립에 따라 (사랑빛처럼ㅋㅋ) 영~원히 끝나지 않는 돌림노래가 될 수도 있지요. 참으로 그가 무대 위에서 맘편히 뛰어놀기 좋은 노래인 겁니다. 그러고보면 자신의 공연 스타일을 감안한 송라이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무~지 신나고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곡^^


27 years.
또다른 장르적 도전이죠. 새삼 이 앨범은 내용면에선 자전적이면서도, 기술적으론 참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네요.

피터 말릭씨와 함께 썼기 때문이겠지만, 이 블루그래스?느낌마저 살짝 나는 편안하게 릴랙스된 포크 사운드가 너무 좋습니다. 특히 말릭씨의 기타 사운드가 너무 좋네요. 엠티비 언플러그드 이후 저는 블루지/컨트리 계열을 쓰고 부르는 정용화도 너무 너무 듣고 싶었기 때문에, 그 열망이 상당히 충족된 곡이었어요.

각종 어쿠스틱 악기 사운드가 여유롭게 구성되어 귀를 풍요롭게 해 줍니다. 기타는 일렉 부분조차도 어쿠스틱한 포근한 느낌이 나는게 신기합니다. 보컬도 한층 힘을 빼고 툭 툭 던지듯이 부르는데, 아~~~ 너무 좋단 말이예요. 전체적으로는 밝은 분위기지만, 단조의 음들이 여기저기 삐죽삐죽 지그재그하듯이 튀어나오는데…취향 직격 o<-< 

약간은 나른하기까지 한 느낌이 드는 곡조로 아름다웠던 날들을 되새기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이 곡의 이름을 리뷰의 제목으로 짓게 된게, 27years라는 말 그대로 가장 직설적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가을 따사로운 햇볕아래, 단풍이 예쁜 외곽에서 드라이브를 하면서 창 밖으로 손 내밀어 바람을 느끼는 천진난만한 아이(=용화) 가 지금의 근사한 청년으로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이 연상되더라구요. 주마등처럼 이제까지 그가 살아온 27년이 눈앞에 그려지기면서. 이제까지 너무 빠르게 달려왔다는 걸, “물한잔 하고 가” 처럼 어딘가 애늙은이스러운 말투로 표현한다든지,  자꾸만 지나가버리는 아쉬운 세월을 “그대로 멈춰(라)”, “얼음(땡)” 처럼, 소풍 가서 하고 놀던 어린 시절의 놀이 이름을 이용해 표현한 가사 센스가 발군입니다. 

실컷 적었지만, 실은 어떤 평가를 하기보다는 그냥 마냥…푸근하고 좋은 노래. 그동안 참 열심히 달려온 그의 삶의 1막을 포근히 감싸안아주기에, 그의 인생을 집약한 솔로 1집의 마무리 곡으로 정말이지 완벽, 완전한 곡인 것 같아요. 그의 곡이 다 그렇긴 하지만, 들을 수록 진국인 곡. 혹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엄청난 사치겠지만서도, 피터말릭씨와의 협연으로 된 라이브를 꼭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말릭씨 올 가을에 한국 가신다는데, 정녕 안 되나요?....)



Japan Special bonus track


君を好きになってよかった 너를 좋아해서 다행이야/일명 ‘널좋좋’


아마 Go your way 싱글을 낼 때 쯤 했던 인터뷰인듯 한데, 예전에는 한국과 일본을 나눠서 작곡을 하다 이제는 꼭 그렇진 않고 편곡 부분에서 차이를 둔다고 했죠. 그렇지만 이 곡은 편곡하기 전부터도 일본 맞춤형 곡이었을 것 같습니다. 용화가 쓴 곡중에 단연 정통 제이락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곡이니까요. 


무려 일본의 전설적인 밴드 GLAY의 기타리스트 타쿠로씨가 가사를 써준 곡입니다. 그 콜라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는 분명히 일본에서 유학하고 또 활동해오면서 GLAY를 포함해 아직도 주류 음악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의 락 씬을 직접 호흡하고 흡수했을겁니다. 그리고 지난 수년간 그 땅에서 투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부도칸이나 아레나, 또 제프 등의 공연장을 비롯해 썸머쏘닉이나 록인재팬같은 굵직한 록페스티벌에서도 관객들을 만나왔죠. 어린 정용화의 음악감수성을 키운 뿌리가 한국과 미국이라면, 일본은 실전에서 가장 많이 음악적인 영향을 받은 공간이었을 겁니다. 다른 어느곳보다도 가장 많은 횟수의 공연을 해오며, 현지의 음악 스탭들을 비롯 뮤지션들과 직접 교감하고 경험했으니까요. 이 곡은 그런 일련의 영향들을 한데 모아 진득하게 엑기스로 달여낸 느낌입니다. 멜로디가 살짝 비장미를 가진 서정성을 띠면서, 제대로 기타의 질감이 곡 전체를 지배하는 밴드음악이죠. 정용화의 음악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녹아있어요.


기존 곡중에 이 곡과 비슷한 감성이라면... 2014년 킹덤콘서트에서 무료(!)로 배포된 僕に来てくれるかな 일까요? 그건 그래도 가요적인 요소가 많이 섞인 느낌이고, 널좋좋은 한결 흠뻑 제이락의 정취를 갖고 있어요. 저 역시 한때 GLAY를 비롯해 J-rock 밴드들에 한창 빠져있었기 때문에, 저의 과거를 회상하는 느낌으로도 고맙게 들었습니다. 


이 곡에서 가장 도드라진 부분은 보컬운용이라고 봅니다. 평소에 레코딩으로는 잘 못들어서 아쉽고 그리웠던 소리들의 종합선물세트처럼 종횡무진하며 쭉쭉 나와주네요. 서걱거리는 미성으로 불러내는 인트로를 지나면, 가성과 진성을 섞으며 오가는 중간음역대로 진입하고, 클라이막스까지 고음역대로 파워풀하게 곡을 이끌어가다가, 급격히 ‘아타라시이’하면서 인트로보다도 더 서걱거리는 저음으로 확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옵니다. 강한 표정으로 눈도 크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연극을 하던 배우가 갑자기 표정없이 서늘한 가면을 쓰고 나타난 것 처럼요. 이걸 근데 공연에서도 라이브로 재현을 하더라구요.... 정용화의 한계는 어디에?....




*아주 작게 덧붙이기: 「ある素敵な日」


네, 그저 가사만 번안한 '어느 멋진 날'의 일본어 버전입니다. 그런데 저에겐 완전히 다른 곡처럼 들리기도 해요.

어멋날의 시그니쳐같이 된 후렴 그날-그날-그날-그날은 그냥 서술형 가사로 바뀌어버렸고, 일본어 쪽이 뭔가 좀더 구체적인 묘사와 표현들이 있습니다. (참조: http://justjyh.com/xe/music/240526 )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한국어 가사에서는 연인과의 행복했던 날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중점이고, 일본어 가사에서는 연인과의 안타깝던 순간들이 한결 더 깊은 미련으로 남아있습니다. 철저히 독백에 가까운 한국어 버전 (기억이 또 나네요)과 달리, 전해지는 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전 연인에게 안부를 묻는 (기억하고 있나요/잘 지내나요) 형식이죠. 갑자기 구 연인의 시선으로 부를 수는 없으니 화자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지만, 한결 그 쪽의 이야기를 상상할 여지가 커졌습니다. 밤에 그 어깨가 떨렸던 건 왜였을까요? 먼저 떠난 것은 연인이었던 것 같은데, 두 사람은 왜 이별했을까요? "당신만을 사랑했어요"라는 건, 둘 사이에 어떤 오해가 있었던게 아닐까 짐작하게도 하죠.


한국 타이틀곡이 일본에 역수입되면서 한->일 순으로 번안을 거친 건 처음인데, 기존 일->한 번안보다 훨씬 더 단기간에 이루어졌고, 뮤직비디오까지 같은 컨셉으로 촬영된 다른 클립들을 모아 같은 듯 다른 느낌으로 재편집과 재조립되었습니다. 마치 같은 일을 겪은 두 사람이 사건을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기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일본어반이 따로 만들어진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는 케이팝이 국경을 너머 소비되기 위한 로컬라이징, 즉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이렇게 아름답게, 심지어 원곡까지 새로운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게 마무리된다면 양질의 컨텐츠가 두 배가 되는 팬으로선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양쪽 모두를 즐길 수 있게 해준 능력은 역시 정용화에게서 나왔다는 거죠.^^



***



그저 씨엔블루 정규2집 전에 정용화의 첫 솔로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원없이 풀어놓고 싶었던 마음이 이렇게 장황해졌습니다. 처음이니만큼 소중하고 소중한 앨범이었고,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응축해서 담으면서도,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시도들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한층 확장시킨 마스터피스, 명반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지금까지 너무나 열심히 달려왔고, 아마 앞으로도 꾸준히 성실하게 자신의 천직이라 말하는 음악 만들기를 계속해서 해나가겠지요. 타 평론가들만큼 결코 전문적이거나 객관적이기는 어렵겠지만, 팬으로서 조금 더 느끼고 듣고 보아왔던 감상들을 최대한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이 마냥 의미없는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음악은 훨씬 더 많이 회자되어야 하고, 남이 알아주지 않음을 한탄하기 전에 그의 진가를 알고 있는 우리부터 더 깊이, 더 자세하게, 더 진지하게 이야기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이에서 지금이라도 그런 움직임이 조금이나마 시작되기를 바라며, 졸고를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제인오스틴 2015.09.12 22:35
    저역시 일본어버전 어멋날을 들었을때 좀더 쓸쓸한 느낌을받았어요 마치 다른곡같은
  • 보유 2015.09.12 22:54
    우와.. 리뷰 멋지네요
  • Bohemian_n 2015.09.12 23:48
    전엔 잘 몰랐는데, 용화가 쓴 곡 하나하나가 정말 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요즘 문득문득 합니다. 초기 일본에서 발표한 곡 중에서 한국에서 발표했더라면...하고 팬들이 아쉬워하던 곡들을 번안해 수록곡으로 담아 준 당시에는, 한국어가 어색하다는 배부른 생각도 좀 했는데, 사실 그 이면에는 용화와 우리 팬들의 염원이 담긴 스토리, 거창하게 말해보면 사연많은 역사를 담고 있기에, 정말 소중하고 고맙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렇게 용화의 스물일곱 전반기 대단한 곡들의 리뷰를 보니 더더욱, 또다른 대단한 곡들을 맞이하기 직전인 바로 지금이야말로 제 자신이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성들여 써주신 리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언혀 길지 않아요. ^^~

    덧. 그리고 '어느 멋진 날'은 데모버전을 살짝 맛본 이후로는 줄곧 영어 완곡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막 욕심이...... ;;;
  • jane 2015.09.17 00:45
    아...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게 너무 좋은 감상문
    이었습니다!!! 정말 글을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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