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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posted Jan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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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 http://justjyh.com/xe/233615?l=en


인기 아이돌에게 솔로 앨범과 싱어송라이터는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었다. 솔로 앨범은 그 자신이 인기 아이돌이라는 증거고, 자작곡은 음악적 역량을 증명할 기회다. 그래서 그들에게 자신의 자작곡으로 채운 솔로 앨범이란 하나의 터닝 포인트고, 음악적 변화와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각자 솔로 앨범을 낸 샤이니의 종현과 CNBLUE의 정용화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예다. 그들은 자신의 작곡으로 채운 솔로 앨범들을 그저 거쳐 가야 하는 통과 의례의 수준으로 꾸미지 않았다. 두 장의 앨범에는 아이돌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두 사람의 독립된 개성이 있다. 어떤 이에게는 예상 이상의 결과물이었을 두 사람의 솔로 앨범을 대중음악평론가 서성덕, 김영대가 각각 평했다.



정용화, 새롭게 나타난 멜로디 메이커

그룹 CNBLUE의 리더이자 보컬이 아닌 싱어송라이터로서 정용화에게 주목하게 된 것은 ‘Feeling’이라는 곡 때문이었다. 타이틀곡도 아닌 B-side, 대중들에게는 제목조차 생소할 이 곡은 집중을 방해하는 어색한 영어 가사들의 연타에도 불구하고 감각적이다 싶은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 ‘Can’t Stop’은 처음 느낀 참신함이 우연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지난해 가장 과소평가된 싱글 중 하나로 꼽고 싶은 이 곡은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감성적인 도입부와 직선적이고 뻔한듯하지만 예외 없이 중독성을 담보하는 후렴이 그럴듯하게 맞물렸다. 이를테면 “그것도”로 이어지는 잇따른 세 소절에서 미세한 코드 변화만으로 가사의 뉘앙스를 매끄럽게 담아내는 능력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만드는 사람의 감각을 확인시켜주는 구성이다.

솔로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궁금했던 것 역시 송라이터로서 그의 면모였다. 구체적으로는 밴드 플레이라는 틀을 벗어난 그가 스타일이나 작법의 괄목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화제가 되었던 콜라보레이션의 라인업이나 다양한 장르의 시도보다 오히려 정용화의 일관된 작곡 스타일과 재능에 주목하게 된다. 타이틀곡 ‘어느 멋진 날’은 흥미로운 예다. 멜로디 그 자체보다 전반적인 분위기의 설정이 목적이 된 전반부, 전조 이후 다소 클리셰가 아닐까 싶지만 유효한 후렴으로 이어가는 전개는 가만히 뼈대만 놓고 보자면 전작들과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통 발라드라는 장르적 틀을 뒤집어쓴 와중에도 곡쓰기의 DNA는 유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화성적인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음의 길이로 긴장감을 조절해 곡의 반복되는 주제부를 유려하게 이어나가는 ‘Mileage’는 정용화의 곡쓰기 역량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와 있음을 알려준다. 같은 멜로디의 보이싱만을 변화시켜 나가면서 긴장감을 주는 구성이 인상적인 ‘원기옥’이라든지, 불안한 분위기에서 익숙한 종결로 이어지는, 장르적으로는 R&B의 구성을 취한 ‘니가 없어도’에서도 유사하게 느껴지듯, 뚜렷한 구조적 장치 없이 선율의 모멘텀을 자연스럽게 증폭시키는 것은 분명 발전된 면모다. 

아직 그가 혁신적인 작곡가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기엔 아쉬운 면들이 많다. 그의 후렴구는 기본적으로 익숙한 것과 뻔한 것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그가 모델로 삼았을 애덤 리바인이나, 그가 모델로 삼아도 좋을 라이언 테더의 간결하면서 핵심만을 가진 곡쓰기를 떠올린다면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러나 기존 작업들은 팝/록 밴드라는 틀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변주의 집합체였다. 반면 이번 첫 솔로작은 그의 곡들이 밴드 플레이나 록이라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도 다양한 스타일에서 일관되게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정용화는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통해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범용성을 일정 부분 입증했다. 솔로 앨범이나 작곡이 단지 마케팅의 차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글. 김영대(대중음악평론가)

http://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501290843728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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